전시 서문
지운별[한국어]
지운별[한국어]
진리는 빛으로부터 온다는 오래된 경구는 고리타분한 은유만은 아닐 것이다. 몇 세기 전의 어떤 이는 별을 보는 것 외에 쓸모가 없었던 망원경을 통해 작은 위성에 닿는 태양의 빛을 측정하고, 그림자의 모양과 각도를 직접 기록하며 그것의 크기와 그로부터의 거리를 그려냈다. 이 일련의 수고는 수학적인 계산만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보다 커다랗기에 인지하고 상상하지 못하던 거대한 것들을 도식화하여 손바닥 위에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서 있는 땅을 우리보다 작은 크기로 볼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땅보다 더 큰 세계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손바닥 위의 지구와 그 위의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사각형들로 납작해져서 책상 위의 서류 더미나 수직과 수평의 오래된 책자 같은 것으로만 남아 버렸다. 별이 우리에게 준 것은 사실 전부였겠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건넨 것은 남은 그물과도 같다.
사람들은 섬과 섬 사이를 옮겨가야 하는 작은 장기말처럼 지도 위를 움직인다. 위치와 방향을 지시하는 각각의 인공적인 거점들만이 각자의 상태를 식별시켜 줄 뿐이다. 그 속에서, 가령 겨울철 일찍 저문 해 때문에 너무 어두워진 정류장에 섬처럼 기대어 안락한 곳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본다. 혹은 경유를 위해 도착한 새벽 한 시의 베이징 공항에서, 장시간 비행과 무거운 짐 때문에 아픈 허리를 뉘인 이들을 본다. 화장실 옆 정수기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여행자로서 느끼는 깨끗한 정수의 소중함 때문에, 그 원뿔 모양은 사치스러울 만큼 미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쌓여 있는 컵 더미는 성이다. 성 주위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맴돈다. 쌓인 성이 허물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목을 축이고, 그 성을 작게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우리는 그 작게 접은 성을 들고 각자의 섬으로 옮겨 간다. 작은 성 정도의 무게를 담고 우리는 다시 목적지였던 출발점으로 움직인다. 다시 반복. 우리는 섬과 섬 사이에서 방황하는 늙고 병든 인어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우리가 인어를 떠올릴 땐 어딘가 고혹적인 음성, 혹은 그것의 부재를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빛이 닿아 있는 세계에 초대받지 못한 외부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바다는 계속해서 그 외부인에 대한 폭력적이고 다정한 상상을 낳았다. 상상은 자주 주머니에 접어 놓은 뾰족한 성처럼 나타난다. 뿌연 안개 사이로 그 성에는 거인 혹은 난쟁이로 구체화되는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은 먼 발치에서 창과 화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창과 화살이 만드는 것은 성이 아니라 폐허일 뿐이다. 이제 폐허는 세계 속에서 전략이 된다. 그 회색과 같아진 도시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건 햇빛보다는 편지를 쓰기 위한 촛불 정도이다. 유령은 밝은 빛 아래에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령은 어둠보다는 밝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유령은 회색이 될 것이다. 설명은 오역되고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는 그림이 된다. 그림은 다정함. 다정함은 폭력. 회색은 그렇게 선택된다. 그러나 유령은 척추뼈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게 된다. 너의 척추뼈는 괜찮냐고. 낡은 희망도, 새로운 절망도 아닌 안개와 안개 사이에서. 그리고 그 안개가 걷혀 갈 때쯤엔 그에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가 너를 지웠다고.
Sun Erased You[English]
When we usually think of a mermaid, we imagine a bewitching voice somewhere, or its absence. It may instead feel closer to an outsider who was never invited into the world where light reaches. The sea has continually produced violent and tender imaginings about that outsider. Imagination often appears like a sharp castle folded into a pocket. Through the hazy fog, within that castle there is a fear that takes form as a giant or a dwarf. Fear fashions spears and arrows from a distance. And what spears and arrows produce is not a castle but ruins. Now the ruins become a strategy within the world. What that city, which has become the same gray, asks of us is not sunlight but only a candle with which to write letters. A ghost cannot be seen under bright light. Yet a ghost appears brighter than darkness. And so the ghost becomes gray. Explanation is mistranslated and becomes an image. The image becomes a painting. The painting becomes tenderness. Tenderness becomes violence. Gray is chosen in this way. A ghost would have no problem with its spine. Even so, one asks: Is your spine alright? Between fog and fog, neither an old hope nor a new despair. And when the fog begins to clear, it may become possible to say.
“The sun erased you.”
연출, 편집, 제작 : 안병남
목소리 : 케샤브, 마이
제작 협업 : 고설
촬영 도움 : 노진
사진 : 구태승
Artst Directory : Byoung Nam An
Voices : Keshav, Mai
Co-producer : Goseol
Videography Assistant : Jin Roh
Photography : Taeseung Ku
Pfear Notes, recorded three persons’ voices, 35’10”, there is intervals between voices.
(목소리들 사이에 틈이 있습니다.)
두려움 노트, 3인의 공유 텍스트, 2026
Pfear Notes, shared texts by 3 person, 2026
Pfear Notes, shared texts by 3 person, 2026
아래는 실제보다 단축된 길이의 영상입니다. This is shortened video.
지운 볕 The Sun Erased You, 2025, single channel video, 12’19”
지운 볕 The Sun Erased You, 2025, single channel video, 12’19”
[작업 노트 Artist Statement]
1. 사라짐, 질병, 죽음의 감각이 스며든 세계 속에서 애매함 투성이의 단어인 ‘이미지’는 이것에 어떻게 힘을 더하고 있는가?
이것은 인어라는 매개적 존재를 통한 시선과 이미지, 사라짐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에세이 필름이다.
1. In a world where the senses of disappearance, disease, and death permeate, how does the ambiguous word "image" contribute to this?
This is an essay film about gaze and image.
2. 신화나 미신은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다.
또한 영상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럽의 바다는 식민지적 상상을 낳은 장소이기도 하다.
영상은 실제하는 푸티지 영상과 허구적 이야기, 그리고 아날로그적 드로잉의 스탑 모션의 결합물로 디지털 편집술, 아날로그 기법의 혼종적인 상태를 지향한다.
겹쳐지는 이미지는 이전의 이미지들을 가리고 겹쳐진다.
2.Myth and superstition are the imaginative products of an encounter with an eternal, elusive Others. Moreover, the European seas are places that gave rise to colonial fantasies. The video combines actual footage, fictional narratives, and analog stop-motion drawings, aiming for a hybrid state of digital editing techniques and analog methods. The overlapping images conceal and layer over previous ones.
3. 스크립트(Script)
- “해수면에 비친 빛때문에 물고기와 인어들을 볼 수가 없어졌어.” -
("I can't see the fish and mermaids because of the light reflected on the sea surface.")
- “왜 인어를 검색하면 다 머리가 긴 여성 형상인거야? 머리를 자르지는 않나?” -
1. 사라짐, 질병, 죽음의 감각이 스며든 세계 속에서 애매함 투성이의 단어인 ‘이미지’는 이것에 어떻게 힘을 더하고 있는가?
이것은 인어라는 매개적 존재를 통한 시선과 이미지, 사라짐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에세이 필름이다.
1. In a world where the senses of disappearance, disease, and death permeate, how does the ambiguous word "image" contribute to this?
This is an essay film about gaze and image.
2. 신화나 미신은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다.
또한 영상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럽의 바다는 식민지적 상상을 낳은 장소이기도 하다.
영상은 실제하는 푸티지 영상과 허구적 이야기, 그리고 아날로그적 드로잉의 스탑 모션의 결합물로 디지털 편집술, 아날로그 기법의 혼종적인 상태를 지향한다.
겹쳐지는 이미지는 이전의 이미지들을 가리고 겹쳐진다.
2.Myth and superstition are the imaginative products of an encounter with an eternal, elusive Others. Moreover, the European seas are places that gave rise to colonial fantasies. The video combines actual footage, fictional narratives, and analog stop-motion drawings, aiming for a hybrid state of digital editing techniques and analog methods. The overlapping images conceal and layer over previous ones.
3. 스크립트(Script)
- “해수면에 비친 빛때문에 물고기와 인어들을 볼 수가 없어졌어.” -
("I can't see the fish and mermaids because of the light reflected on the sea surface.")
- “왜 인어를 검색하면 다 머리가 긴 여성 형상인거야? 머리를 자르지는 않나?” -
("Why is it that when I search for mermaids on Google, they all look like women with long hair? I hated Disney.")
.
.
.
“이 뼈들을 봐봐.”
(”Look at these bones.”)
“먼 시간에서는 이 뼈들을 보고 괴물을 상상했어.”
("In distant times, they looked at these bones and imagined monsters.")
“이 곳에서는 저 곳의 거인을, 저 곳에서는 이 곳의 난쟁이를.”
( "From this place, they see the giant of that place, and from that place, they see the dwarf of this place.")
.
.
.
“이 뼈들을 봐봐.”
(”Look at these bones.”)
“먼 시간에서는 이 뼈들을 보고 괴물을 상상했어.”
("In distant times, they looked at these bones and imagined monsters.")
“이 곳에서는 저 곳의 거인을, 저 곳에서는 이 곳의 난쟁이를.”
( "From this place, they see the giant of that place, and from that place, they see the dwarf of this place.")
Pt.I : This is Not the Body Underwater(파트1 : 이것은 물 속의 몸이 아닙니다)
Pt.II : A Song of an Old Merman(파트 2 : 늙은 인어의 노래)
Pt.III : Hi Luca!(파트3 : 안녕 루카!)
Archival Images(이미지 아카이브), Printed on paper, 2026
Installation View(전시 설치 전경)© 2026 Byoung Nam An. All rights reserved.